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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있는 풍경

나는.. 나는 약한 벌레와 같이 살아가는 미미한 존재이오나 누구에게나 열 수 없는 외로움을 하나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그저 묵묵히 살아가는 약한 벌레이오나 누구에게도 보일 수 없는 나를 하나 가지고 있습니다 아, 그와도 같이 미미한 인생이오나 나는 누구에게도 줄 수 없는 외로움 하나 있습니다 누구에게도 보일 수 없는 나를 하나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 조병화 더보기
낙엽 세월의 패잔병처럼 보도 위에 낙엽이 깔려 뒹굴고 있습니다. 나는 낙엽을 밟기가 안쓰러워 조심조심 길을 걷고 있습니다. 낙엽은 나를 보고 말을 하고 있습니다. me today you tomorrw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낙엽 - 조병화 더보기
저무는 바다를 머리맡에 두고 살아간다는 것은 저물어 간다는 것이다 슬프게도 사랑은 자주 흔들린다 어떤 인연은 노래가 되고 어떤 인연은 상처가 된다 하루에 한번씩 바다는 저물고 노래도 상처도 무채색으로 흐리게 지워진다 나는 시린 무릎 감싸안으며 나지막히 그대 이름을 부른다 살아간다는 것은 오늘도 내가 혼자임을 아는 것이다 저무는 바다를 머리맡에 두고 - 이외수 더보기
나는 내 꿈대로 살겠다.. 나는 내 꿈대로 살겠다 죽는 날까지 비록 그날이 영영 오지 않을지라도 나는 내 꿈대로 살다 가겠다 이 짧고도 긴 세월 슬픔만큼이나 비가 내렸고 외로움만큼이나 고통스러웠던 날들 언제 올지 모를 생의 마지막을 바라보며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다시 따스한 빛 같은 봄 당신을 기다리고 황홀한 여름 당신을 맞이하며 넉넉하고도 풍만한 당신 가을 어깨에 기대어 겨울로 죽어갈 때까지 온갖 어둠도 뚫고 걸어가겠다 단 한번뿐인 생애 차갑게 얼어붙은 내 가슴에 불을 지피고 무지개가 떠오를 날을 기다리겠다 희망을 버리지 않겠다 너를 기다리겠다 꿈대로 살아가기 위하여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겠다 이 세상 생명 있는 움직이는 모든 것들을 사랑하며 (나명욱·시인) 더보기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 사랑했다는 말 차마 건네지 못하고 삽니다 사랑한다는 그 말 끝까지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모진 마음 내게 있어도 모진 말 차마 하지 못하고 삽니다 나도 모진 말 남들한테 들으면 오래 오래 잊혀지지 않기 때문에 ​외롭고 슬픈 마음 내게 있어도 외롭고 슬프다는 말 차마 하지 못하고 삽니다 외롭고 슬픈 말 남들한테 들으면 나도 덩달아 외롭고 슬퍼지기 때문에 ​사랑하는 마음을 아끼며 삽니다 모진 마음을 달래며 삽니다 될수록 외롭고 슬픈 마음을 숨기며 삽니다 ​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 - 나태주(충남 서천/1945~) 더보기
그림자 그늘진 곳이면 어디든 따라나서는 바닥만 고집하는 낮은 사람 수저를 들다 말고 문밖의 당신을 바라보면 충견처럼 내 신발을 품고 엎드린다 그가 있어 세상은 낯설지 않고 혼자 해결해야 하는 일에 힘이 실린다 눈물 글썽이는 젖은 상대를 만나면 슬그머니 물러나 몸을 감추지만 뙤약볕으로 이글거리는 상대를 만나면 자신을 더욱 분명히 하는 사람 그도 나처럼 나이가 들어 키도 줄어들고 허리가 뚱뚱하다 오늘은 늙은 그가 나를 데리고 팔이 부러진 목련에게 문병 가자고 한다 그가 말없이 그래왔던 것처럼 이제는 내가 그의 충견이 되어 몸을 일으킬 때 가장 낮은 사람이 되어 그의 뒤를 따라나선다 그림자 - 박재연 더보기
혼자서 무리지어 피어 있는 꽃보다 두 셋이서 피어 있는 꽃이 도란도란 더 의초로울 때 있다 ​ 두 셋이서 피어 있는 꽃보다 오직 혼자서 피어 있는 꽃이 더 당당하고 아름다울 때 있다 ​너 오늘 혼자 외롭게 꽃으로 서 있음을 너무 힘들어 하지 말아라 혼자서 - 나태주 더보기
어쩌란 말이냐~! 나는 왜 걸핏하면 눈물이 나는지 어깨를 들먹이며 흐느끼는 구름 꽃다발 연기 속에 가을 강물 불어서 물길 따라 바다까지 걸어가고 싶은지 산모롱이 골짜기 쉬어서 보면 처음 보는 땅마다 아름다움 뿐인지 눈을 뜨고 바라보는 과분한 햇살에 넘보라 넘빨강색 크레용으로 옛날 걷던 골목마다 그리움인지 나는 왜 걸핏하면 가슴이 저린지 아무것도 아냐, 아니라고 하는데도 나는 왜 잔 걱정 떠날 날이 없는지. 나는 왜 걸핏하면 눈물이 나는지 - 이향아 더보기
강아지풀에게 인사 혼자 노는 날 강아지풀한테 가 인사를 한다 안녕! ​강아지풀이 사르르 꼬리를 흔든다 ​너도 혼자서 노는 거니? 다시 사르르 꼬리를 흔든다 강아지풀에게 인사 - 나태주 더보기
사람많은 데서 나는.. 사람 많은 데서 나는 겁이 난다. 거기 네가 없으므로 ​ 사람 없는 데서 나는 겁이 난다. 거기에도 너는 없으므로. 나태주 - 사람 많은 데서 나는 더보기
그날을 위해..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 가만히 뒤돌아보니 허공에 휘익 한줄기 바람이 스쳤을 뿐인데 어느새 반백 년 세월이 꿈결인 양 흘러 나의 새까맣던 머리에 눈꽃 송이송이 내리고 있네 바람에 꽃잎 지듯 생명은 이렇게도 짧은 것을 덧없는 세월이기에 어쩌면 보석보다 소중한 목숨 이제는 마음이.. 더보기
푸른밤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 더보기
안개숲에서.. 안개가 어떻게 젖어 드는지 그대 앞에 서면 항상 시야가 흐려져 그대 내 가까이 있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대 안에 나를 가두는 이여 안개 속에 같이 있었다는 것 외에는 나는 그대를 모릅니다 안개 걷히니 그대 모습 보이지 않고 그대 떠난 자리 갈꽃만이 바람에 날.. 더보기
소나무를 보며.. 새해, 소나무를 보며 올해는 저 소나무가 뾰족한 잎을 펴서 빗방울 하나라도 제 손으로 받아내며 공(空)으로 듣는 새소리 갚을 일이 있을까 아니면 더 푸르게 새의 눈을 찌르고서 뾰족한 잎만 봐도 저절로 울어대는 새들의 노래 소리를 공(空)으로 또 들을까 이도 저도 아니라면 저 푸른 생.. 더보기
윤슬 아주 잠깐이었지만 대천 앞바다에서 윤슬을 바라보다가 깨달은 일은 아름답게 죽는 것이었다 소란하되 소란하지 않고 황홀하되 황홀하지 않고 윤슬이 사는 생애란 눈 깜짝할 사이만큼 짧은 것이지만 그 사이에 반짝이는 힘은 늙은 벌레가 되어가는 나를 번개처럼 때렸다 바람에 팔락이.. 더보기
섬에서 울다..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사람은 안다 섬이 왜 바다에 홀로 떠 있는지 떠나간 사람을 기다려 본 사람은 백사장의 모래알이 왜 그리 부드러운지 스스럼없이 손가락 사이를 빠져 나가는지를 안다 섬은 그리움의 모래알 거기에서 울어 본 사람은 바다가 우주의 작은 물방울이라는 것을 안다 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