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詩가 있는 풍경

얼마나 더 가야 그리움이 보일까 문이 닫히고 차가 떠나고 먼지 속에 남겨진 채 지나온 길 생각하며 얼마나 더 가야 그리움이 보일까. 얼마나 더 가야 험한 세상 아프지 않고 외롭지 않고 건너갈 수 있을까 아득한 대지 위로 풀들이 돋고 산 아래 먼길이 꿈길인 듯 떠오를 때 텅 비어 홀가분한 주머니에 손 찌른 채 얼마나 .. 더보기
시월 무언가 잃어간다는 것은 하나씩 성숙해 간다는 것이다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돌아보면 문득 나 홀로 남아있다 그리움에 목마르던 봄날 저녁 분분히 지던 꽃잎은 얼마나 슬펐던가 욕정으로 타오르던 여름한낮 화상입은 잎새들은 또 얼마나 아팠던가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 더보기
귀가 서럽다.. 강물은 이미 지나온 곳으로 가지 않나니 또 한 해가 갈 것 같은 시월쯤이면 문득 나는 눈시울이 붉어지네 사랑했던가 아팠던가 목숨을 걸고 告白했던 時節도 지나고 지금은 다만 世上으로 내가 아픈 時節 저녁은 빨리 오고 슬픔을 아는 자는 黃昏을 보네 울혈 든 데 많은 하늘에서 가는 .. 더보기
그는.. 그는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 때 조용히 나의 창문을 두드리다 돌아간 사람이었다. 그는 아무도 나를 위해 기도하지 않을 때 묵묵히 무릎을 꿇고 나를 위해 울며 기도하던 사람이었다. 내가 내 더러운 운명의 길가에 서성대다가 드디어 죽음의 순간을 맞이했을 때 그는 가만히 내 곁에.. 더보기
'바다의 기별' 중에서 모든, 닿을 수 없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품을 수 없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만져지지 않는 것들과 불러지지 않은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건널 수 없는 것들과 모든, 다가오지 않는 것들을 기어이 사랑이라고 부른다. 사랑은 모든 닿을 수 없는 것들의 .. 더보기
외로운 황혼 닿을 수 없는 거리는 그리움을 낳고 메울 수 없는 거리는 외로움을 낳는다 바라는 보아도 품을 수 없는 것들은 사무침으로 다가온다 가까이 있다가 멀어지면 그 거리만큼 눈물이 흐른다 이별의 강은 그래서 마르지 않는다 한 生의 황혼에 서면 불러도 대답없는 이름들이 또 얼마나 많은.. 더보기
봄 안부 당신 없이도 또 봄날이어서 살구꽃 분홍빛 저리 환합니다 언젠가 당신에게도 찾아갔을 분홍빛 오늘은 내 가슴에 듭니다 머잖아 저 분홍빛 차차 엷어져서는 어느날 푸른빛 속으로 사라지겠지요 당신 가슴속에 스며들었을 내 추억도 이제 다 스러지고 말았을지도 모르는데 살구꽃 환한 나.. 더보기
겨울바다 #2 내 쓸모없는 생각들이 모두 겨울바다 속으로 침몰해 버리면 얼마나 좋을까 누구도 용서할 수 없는 마음일 때 바다를 본다 누구도 사랑하기 어려운 마음일 때 기도가 되지 않는 답답한 때 아무도 이해 못 받는 혼자임을 느낄 때 나는 바다를 본다 참 아름다운 바다빛 하늘빛 하느님의 빛 .. 더보기
국수가 먹고싶다 사는 일이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서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 더보기
바람속을 걷는 법 바람이 불었다 나는 비틀거렸고 함께 걸어주는 이가 그리웠다 바람 속을 걷는 법1 - 이정하 더보기
가장 외로운 날엔.. 모두 다 떠돌이 세상살이 살면서 살면서 가장 외로운 날엔 누구를 만나야할까 살아갈수록 서툴기만한 세상살이 맨몸, 맨손, 맨발로 버틴 삶이 서러워 괜스레 눈물이 나고 고달퍼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만 싶었다 모두 다 제멋에 취해 우정이나 사랑이나 멋진 포장을 해도 때로는 서로의 .. 더보기
구부러진 길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 더보기
후회 그대와 낙화암에 갔을 때 왜 그대 손을 잡고 떨어져 백마강이 되지 못했는지 그대와 만장굴에 갔을 때 왜 끝없이 굴 속으로 걸어 들어가 서귀포 앞바다에 닿지 못했는지 그대와 천마총에 갔을 때 왜 천마를 타고 가을 하늘 속을 훨훨 날아다니지 못했는지 그대와 감은사에 갔을 때 왜 그.. 더보기
슬픔 많은 이 세상도.. 슬픔 많은 이세상도 걸어보아라. 첫눈 내리는 새벽 눈길 걸을 것이니 지난 가을 낙엽 줍던 소년과 함께 눈길마다 눈사람을 세울 것이니 슬픔 많은 이 세상도 걸어보리라. 기다려도 기다려도 오지 않던 사람들이 눈사람을 만나러 돌아올 것이니 살아갈수록 잠마저 오지 않는 그대에게 평.. 더보기
나는 외로웠다.. 바람 속에 온몸을 맡긴 한 잎 나뭇 잎... 때로 무참히 흔들릴 때 구겨지고 찢겨지는 아픔보다 나를 더 못견디게 하는 것은 나 혼자만 이렇게 흔들리고 있다는 외로움이었다. 어두워야 눈을 뜬다. 혼자일 때... 때로 그 밝은 태양은 내게 얼마나 참혹한가 나는 외로웠다. 어쩌다 외로운 게 아.. 더보기
겨울 대숲.. 세찬 겨울바람에 이것저것 고고한 기약인 듯 털어낼 것 다 털어내고도 짙푸른 기색 만큼은 그곳 터전에 여전하다. 흐느적거린 날들이 소슬바람 불러 일으켜 하루 이틀이 아닌 마디지고 골 깊음 그 형언의 속삭임 들춘다. 우후죽순이란 세상의 명언 대숲 겨울 이야기 속에 그 할 말은 더욱..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