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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있는 풍경

가을편지.. 늦가을 산 위에 올라 떨어지는 나뭇잎들을 바라봅니다 깊이 사랑할수록 죽음 또한 아름다운 것이라고 노래하며 사라지는 나뭇잎들 춤추며 사라지는 무희들의 마지막 공연을 보듯이 조금은 서운한 마음으로 떨어지는 나뭇잎들을 바라봅니다. 매일 조금씩 떨어져나가는 나의 시간을 지켜.. 더보기
허와 실.. X축 위에는 사람이 없으니까 외줄을 타자. 그럴까. * 그런데 나는 어떤 길이의 릴레이에 이렇게 속하고 만 것일까. 시간은 왜 이토록 따뜻하게 보통빠르기로 보조를 맞추는 것일까. 초읽기에 들어가서도 나를 버리지 않는 것일까. * 좌표를 잃은 것 같다. 미래를 팔아 동정을 산 것 같다. 썩.. 더보기
멀리서 빈다..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나태주·시인, 1945-) 더보기
외롭다는 것은.. 외롭다는 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아직도 그리움의 뿌리가 붉게 젖어 있다는 것이다. 사람아 어느 날 까닭도 없이 문득 거울 앞에 선 내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지거나 저물어 가는 강가에서 바라보는 한 점 풍경이 철학이나 사색이 아니고 눈물이거든 그것이 외로움인 줄을 알라. 우리.. 더보기
이 길로 곧장 가면.. 재너머 이 길로 곧장 가면 더 큰 세상이 나오겠지 좋은 사람 만나고 좋은 것 얻어 기뻐하는 나를 볼 수 있겠지 이 길로 곧장 가면 꿈에 본 것들 있겠지 뭔가 찾아나서는 사람들 열심히 따라가다 힘에 겨워 지쳐있는 나를 보기도 하겠지 나이들어 알게 되겠지 찾던 것이 두고온 것임을 가던.. 더보기
이별 이후.. 너 떠나간 지 세상의 달력으론 열흘 되었고 내 피의 달력으론 십 년 되었다 나 슬픈 것은 네가 없는데도 밤 오면 잠들어야 하고 끼니 오면 입 안 가득 밥을 떠 넣는 일이다 옛날 옛날적 그 사람 되어가며 그냥 그렇게 너를 잊는 일이다 이 아픔 그대로 있으면 그래서 숨 막혀 나 죽으면 원.. 더보기
길 가는 자의 노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면 이름없는 풀들은 바람에 지고 사랑을 원하는 자와 사랑을 잃을까 염려하는 자를 나는 보았네 잠들면서까지 살아갈 것을 걱정하는 자와 죽으면서도 어떤 것을 붙잡고 있는 자를 나는 보았네 길은 또다른 길로 이어지고 집을 떠나 그 길 위에 서면 바람이 또 내게 .. 더보기
편지.. 그립다고 써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 그냥 긴 세월을 지났노라고만 쓰자 긴 긴 사연을 줄줄이 이어 진정 못 잊는다는 말을 말고 어쩌다 생각이 났었노라고만 쓰자 그립다고 써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 그냥 긴 세월을 지났노라고만 쓰자 긴 긴 잠 못 이루는 밤이면 행여 울었다는 말을 말고 .. 더보기
길 위에 있는 동안 행복하다 .. 둥근 우주같이 파꽃이 피고 살구나무 열매가 머리 위에 매달릴 때 가진 것 하나 없어도 나는 걸을 수 있는 동안 행복하다. 구두 아래 길들이 노래하며 밟히고 햇볕에 돌들이 빵처럼 구어지고 새처럼 앉아 있는 후박꽃 바라보며 코끝을 만지는 향기는 비어 있기에 향기롭다. 배드민턴 치듯.. 더보기
약력.. 그리움으로 피었다 지는 꽃 살아온 흔적 중에 빛나는 일만 적으라 하네 높은 지위 남에게 자랑하여 고개 숙일만한 일들을 요약해서 적는 것이 약력이라네 나이 들면서 자꾸 뒷 쪽을 바라보는 것은 덧셈보다 뺄셈에 능숙해지는 바람을 닮아가기 때문이라네 바람이라고 적을 수는 없네 떠.. 더보기
험난함이 내 삶의 거름이 되어.. 기쁨이라는 것은 언제나 잠시뿐, 돌아서고 나면 험난한 구비가 다시 펼쳐져 있는 것이 인생의 길 삶이 막막함으로 다가와 주체할 수 없이 울적할 때 세상의 중심에서 밀려나 구석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자신의 존재가 한낱 가랑잎처럼 힘없이 팔랑거릴 때 그러나 그런 때일수록.. 더보기
들꽃에게.. 어디에서 피어 언제 지든지 너는 들꽃이다. 내가 너에게 보내는 그리움은 오히려 너를 시들게 할 뿐, 너는 그저 논두렁 길가에 피었다 지면 그만이다. 인간이 살아, 살면서 맺는 숱한 인연의 매듭들을 이제는 풀면서 살아야겠다. 들꽃처럼 소리 소문없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었다 지면 .. 더보기
낚시질.. 낚시질하다 찌를 보기도 졸리운 낮 문득 저 물속에서 물고기는 왜 매일 사는 걸까. 물고기는 왜 사는가. 지렁이는 왜 사는가. 물고기는 平生을 헤엄만 치면서 왜 사는가. 낚시질하다 문득 온 몸이 끓어오르는 대낮,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만은 없다고 中年의 흙바닥에 엎드려 물고기 같이 .. 더보기
빈 집..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 더보기
대나무.. 굽힐 줄 몰랐던 것은 아니다.부러지면 부러졌지 굽힐 줄 모른다고 말하지만,생각의 끝에서는 무수히 휘어지고 흔들리고 있었다. 살면 살수록 잃어버리는 것이 더 좋을 때가 있었다.흔들리고 휘어질 때마다 생긴 응어리들.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마디져 끊어진 시간은차라리 잃어버리는 .. 더보기
가끔은.. 햇볕은 싫습니다. 그대가 오는 길목을 오래 바라볼 수 없으므로, 비에 젖으며 난 가끔은 비 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습니다. 비에 젖을수록 오히려 생기 넘치는 은사시나무, 그 은사시나무의 푸르름으로 그대의 가슴에 한 점 나뭇잎으로 찍혀 있고 싶었습니다. 어서 오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