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詩가 있는 풍경

노을.. 해는 온 종일 스스로의 열로 온 하늘을 핏빛으로 물들여 놓고 스스로 그 속으로 스스로를 묻어 간다 아, 외롭다는 건 노을처럼 황홀한 게 아닌가 노을 - 조병화 더보기
사랑이여 조그만 사랑이여.. 외롭다고 생각할 때일수록혼자이기를, 말하고 싶은 말이 많은 때일수록말을 삼가기를, 울고 싶은 생각이 깊을수록울음을 안으로 곱게 삭이기를, 꿈꾸고 꿈꾸노니많은 사람들로부터 빠져나와키 큰 미루나무 옆에 서 보고혼자 고개 숙여 산길을 걷게 하소서. 사랑이여 조그만 사랑이여 - .. 더보기
그림자.. 그늘진 곳이면 어디든 따라나서는 바닥만 고집하는 낮은 사람 수저를 들다 말고 문밖의 당신을 바라보면 충견처럼 내 신발을 품고 엎드린다 그가 있어 세상은 낯설지 않고 혼자 해결해야 하는 일에 힘이 실린다 눈물 글썽이는 젖은 상대를 만나면 슬그머니 물러나 몸을 감추지만 뙤약볕.. 더보기
해지는 들길에서.. 사랑의 온기가 더욱 더 그리워지는 가을 해거름 들길에 섰습니다 먼 들 끝으로 해가 눈부시게 가고 산그늘도 묻히면 길가의 풀꽃처럼 떠오르는 그대 얼굴이 어둠을 하얗게 가릅니다 내 안의 그대처럼 꽃들은 쉼없이 살아나고 내 밖의 그대처럼 풀벌레들은 세상의 산을 일으키며 웁니다 .. 더보기
11월의 시.. 세상은 저물어 길을 지운다. 나무들 한겹씩 마음을 비우고 초연히 겨울로 떠나는 모습 독약 같은 사랑도 문을 닫는다. 인간사 모두가 고해이거늘 바람도 어디로 가자고 내 등을 떠미는가. 상처깊은 눈물도 은혜로운데 아직도 지울수없는 이름들 서쪽하늘에 걸려 젖은 별빛으로 흔들리는 .. 더보기
혼자 있을때도 울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마음을 다 보여줄 수 없어 가끔 가슴이 아프다 그리움을 말로 전하고 돌아서면 또 다른 그리움이 앞을 이슬처럼 눈물처럼 막아 선다 멀리 있어 그리운 것을 지금 인연으로 어쩔 수 없다면 지금 이 순간 같은 하늘 같은 공간에 마음을 나누고 정을 나누었던 순간처럼 그렇게 서로.. 더보기
물 빛 1 - 마종기 내가 죽어서 물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가끔 쓸쓸해집니다. 산골짝 도랑물에 섞여 흘러내릴 때, 그 작은 물소리를 들으면서 누가 내 목소리를 알아들을까요. 냇물에 섞인 나는 물이 되었다고 해도 처음에는 깨끗하지 않겠지요. 흐르면서 또 흐르면서, 생전에 지은 죄를 조금씩 씻어내고,.. 더보기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남아 있는 시간은 얼마일까 아프지 않고 마음 졸이지도 않고 슬프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온다던 소식 오지 않고 고지서만 쌓이는 날 배고픈 우체통이 온종일 입 벌리고 빨갛게 서 있는 날 길에 나가 벌 받는 사람처럼 그대를 기다리네 미워하지 않고 성내지 않고 .. 더보기
산에 언덕에.. 그리운 그의 얼굴 다시 찾을 수 없어도 화사한 그의 꽃 山에 언덕에 피어날지어이. 그리운 그의 노래 다시 들을 수 없어도 맑은 그 숨결 들에 숲 속에 살아갈지어이. 쓸쓸한 마음으로 들길 더듬는 行人아, 눈길 비었거든 바람 담을지네. 바람 비었거든 人情 담을지네. 그리운 그의 모습 다.. 더보기
외로움이 말을 건넬 때.. 외로움은 외로움을 알아본다 저를 닮은 얼굴을 알아본다 너의 외로움이 내 안의 외로움에게 끈질기게 말을 건네는 이유가 그것 어깨 위에 바람을 싣고 쓸쓸히 돌아서던 뒷모습이여, 내 안의 외로움이 너의 외로움을 불러 세워 따뜻이 손 잡아주고 싶지만 세상에는 애초에 시작하지 말아.. 더보기
송년회.. 후미진 골목 두 번 꺾어들면 허름한 돈암 곱창집 지글대며 볶아지던 곱창에 넌 소주잔 기울이고 난 웃어주고 가끔 그렇게 안부를 묻던 우리 올해 기억 속에 너와 만남이 있었는지 말로는 잊지 않았다 하면서도 우린 잊고 있었나 보다 나라님도 어렵다는 살림살이 너무 힘겨워 잊었나 보.. 더보기
歸天..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귀천(歸天) - 천상병 더보기
그림자.. 그림자에게 길을 묻다 삶에 대해서 나는 묻고 또 묻는다 어떻게 사는 삶이 참된 삶인지 수많은 현인들이 그 방법을 제시하나 시간과 장소에 따라 각자에게 주어진 여건과 환경이 다르기에 진정한 나의 길은 내가 찾을 수밖에 길 위에 이정표가 또 다른 길을 가리키어 세상의 모든 길은 길.. 더보기
노을.. 이 세상에 저물지 않는 것이 어디 있으랴 누군가 그림자 지는 풍경 속에 배 한 척을 뛰우고 북받치는 울음 삼키며 뼛가루를 뿌리고 있다 살아 있는 날들은 무엇을 증오하고 무엇을 사랑하랴 나도 언젠가는 서산 머리 불타는 놀 속에 영혼을 눕히리니 가슴에 못 다한 말들이 남아 있어 더.. 더보기
더 깊은 눈물 속으로.. 흐린 날 바다에 나가 보면 비로소 내 가슴에 박혀 있는 모난 돌들이 보인다 결국 슬프고 외로운 사람이 나뿐만을 아니라고 흩날리는 물보라에 날개 적시며 갈매기 한 마리 지워진다 흐린 날 바다에 나가 보면 파도는 목놓아 울부짖는데 시간이 거대한 시체로 백사장에 누워 있다 부끄럽.. 더보기
이 가을에 나는.. 이 가을에 나는 - 김남주 이 가을에 나는 푸른옷의 수인이다 오라에 묶여 손목이 사슬에 묶여 또 다른 곳으로 끌려가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이번에는 전주옥일까 대전옥일까 아니면 대구옥일까 나를 태운 압송차가 낯익은 거리 산과 강을 끼고 들판 가운데를 달린다 아 내리고 싶다 여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