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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있는 풍경

그림자

그늘진 곳이면 어디든 따라나서는
바닥만 고집하는 낮은 사람
수저를 들다 말고 문밖의 당신을 바라보면
충견처럼 내 신발을 품고 엎드린다
그가 있어 세상은 낯설지 않고
혼자 해결해야 하는 일에 힘이 실린다
눈물 글썽이는 젖은 상대를 만나면
슬그머니 물러나 몸을 감추지만
뙤약볕으로 이글거리는 상대를 만나면
자신을 더욱 분명히 하는 사람


그도 나처럼 나이가 들어
키도 줄어들고 허리가 뚱뚱하다
오늘은 늙은 그가 나를 데리고
팔이 부러진 목련에게 문병 가자고 한다
그가 말없이 그래왔던 것처럼
이제는 내가 그의 충견이 되어 몸을 일으킬 때
가장 낮은 사람이 되어 그의 뒤를 따라나선다

 

그림자 - 박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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