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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있는 풍경

발을 씻으며.. 늦은 밤 집으로 돌아와 발을 씻는다. 발가락 사이 하루치의 모욕과 수치가 둥둥 물 위에 떠오른다. 마음이 끄는 대로 움직였던 발이 마음 꾸짖는 것을 듣는다. 정작 가야 할 곳 가지 못하고 가지 말아야 할 곳 기웃거린 하루의 소모를 발은 불평하는 것이다. 그렇다 지난 날 나는 지나치게 .. 더보기
외롭다는것.. 2012. 06. 01 우포에서.. 외롭다는 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다.아직도 그리움의 뿌리가 붉게 젖어 있다는 것이다. 사람아 어느 날 까닭도 없이 문득 거울 앞에 선 내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지거나 저물어 가는 강가에서 바라보는한 점 풍경이철학이나 사색이 아니고 눈물이거든그것이 외로움.. 더보기
기억의 집.. 2012. 04. 29 산내면.. 그 많은 좌측과 우측을 돌아나는 약속의 땅에다다르지 못했다. 도처에서 물과 바람이 새는허공의 방에 누워, "내게 다오,그 증오의 손길을, 복수의 꽃잎을"노래하던 그 여자도 오래 전에재가 되어 부스러져내렸다. 그리하여, 이것은 무엇인가.내 운명인가, 나의 꿈인가,.. 더보기
오월의 편지.. 2012. 05. 05 천북.. 언제부터 창 앞에 새가 와서 노래하고 있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심산(深山) 숲 내를 풍기며 오월의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저 산의 꽃이 바람에 지고 있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오늘 날고 있는 제비가 작년의 그 놈일까? 저 언덕에 작은 무덤.. 더보기
그리운 사람 다시 그리워.. 그리운 사람 다시 그리워사람을 멀리하고 길을 걷는다 살아갈수록 외로와진다는사람들의 말이 더욱 외로와외롭고 마음 쓰라리게 걸어가는들길에 서서타오르는 들불을 지키는 일은언제나 고독하다 그리운 사람 다시 그리워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면어둠 속에서 그의 등불이 꺼지고가.. 더보기
꽃의 이유.. 꽃이 피는 이유를 전에는 몰랐다. 꽃이 필 적마다 꽃나무 전체가 작게 떠는 것도 몰랐다. 사랑해 본 적이 있는가 누가 물어 보면 어쩔까. 꽃이 지는 이유도 전에는 몰랐다. 꽃이 질 적마다 나무 주위에는 잠에서 깨어나는 물 젖은 바람 소리. 꽃의 이유 - 마종기 더보기
그리우면 가리라.. 그리우면 울었다. 지나는 바람을 잡고 나는 눈물을 쏟았다. 그 흔한 약속 하나 챙기지 못한 나는 날마다 두리번거렸다. 그대와 닮은 뒷모습 하나만 눈에 띄어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들개처럼 밤새 헤매어도 그대 주변엔 얼씬도 못했다. 냄새만 킁킁거리다가 우두커니 그림자만 쫓다.. 더보기
기다림..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얕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돌.. 더보기
멀리 있기.. 멀리서 나를 꽃이 되게 하는 이여 향기로 나는 다가갈 뿐입니다. 멀리서 나를 별이 되게 하는 이여 눈물 괸 눈짓으로 반짝일 뿐입니다. 멀어서 슬프고 슬퍼서 흠도 티도 없는 사랑이여 죽기까지 나 향기 높은 꽃이게 하여요 죽어서도 나 빛나는 별이게 하여요. 멀리 있기 - 유안진 더보기
슬픔.. 비 갠 후 창문을 열고 내다보면 먼 산은 가까이 다가서고 흐렸던 산색은 더욱 푸르다 그렇지 않으랴, 한 줄기 시원한 소낙비가 더렵혀진 대기, 그 몽롱한 시야를 저렇게 말끔히 닦아 놨으니 그러므로 알겠다 하늘은 신(神)의 슬픈 눈동자, 왜 그는 이따금씩 울어서 그의 망막을 푸.. 더보기
혼자라는 건.. 뜨거운 순대국밥을 먹어본 사람은 알지혼자라는 건실비집 식탁에 둘러앉은 굶주린 사내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고식사를 끝내는 것만큼 힘든 노동이라는 걸 고개 숙이고순대국밥을 먹어본 사람은 알지들키지 않게 고독을 넘기는 법을소리를 내면 안돼수저를 떨어뜨려도 안돼 서.. 더보기
길 위에서.. 길을 잃고 나서야 나는 누군가의 길을 잃게 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어떤 개미를 기억해 내었다 눅눅한 벽지 위 개미의 길을 무심코 손가락으로 문질러버린 일이 있다. 돌아오던 개미는 지워진 길 앞에서 두리번거리다가 전혀 엉뚱한 길로 접어들었다 제 길 위에 놓아주려 했지.. 더보기
말하지 않은 슬픔이.. 말하지 않은 슬픔이 얼마나 많으냐 말하지 않은 분노는 얼마나 많으냐 들리지 않는 한숨은 또 얼마나 많으냐그런 걸 자세히 헤아릴 수 있다면지껄이는 모든 말들 지껄이는 입들은 한결 견딜 만하리. 말하지 않은 슬픔이 - 정현종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