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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있는 풍경

길 위에서..

 

 

 

 

길을 잃고 나서야 나는
누군가의 길을 잃게 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어떤 개미를 기억해 내었다
눅눅한 벽지 위 개미의 길을
무심코 손가락으로 문질러버린 일이 있다.

돌아오던 개미는
지워진 길 앞에서 두리번거리다가
전혀 엉뚱한 길로 접어들었다

제 길 위에 놓아주려 했지만
그럴수록 개미는 발버둥치며 달아나 버렸다.

길을 잃고 나서야 생각한다
사람들에게도
누군가 지나간 자리에 남는
냄새 같은 게 있다는 것을,

얼마나 많은 인연들의 길과 냄새를
흐려 놓았던지,

나의 발길은 아직도 길 위에서 서성거리고 있다.

 

 

 

길 위에서 - 나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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