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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있는 풍경

발을 씻으며..

 

 

 

 

 

 

 

늦은 밤 집으로 돌아와 발을 씻는다.
발가락 사이 하루치의 모욕과 수치가
둥둥 물 위에 떠오른다.
마음이 끄는 대로 움직였던 발이
마음 꾸짖는 것을 듣는다.

 
정작 가야 할 곳 가지 못하고
가지 말아야 할 곳 기웃거린
하루의 소모를 발은 불평하는 것이다.
그렇다 지난 날 나는 지나치게 발을 혹사시켰다.
집착이란 참으로 형벌과 같은 것이다.
마음의 텅 빈 구멍 탓으로
발의 수고에는 등한했던 것이다.

 
나의 모든 비리를 기억하고 있는 발은 이제
마음을 버리고 싶은가 보다.
걸핏하면 넘어져 마음 상하게 한다.
늦은 밤 집으로 돌아와 발을 씻으며
부은 발등의 불만 안쓰럽게 쓰다듬는다.

 

 

 

발을 씻으며 - 이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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