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이
만남을 목적으로 한 풍경이 아니라 해도
도라지 꽃 소곤대는 언덕을 지나
밀어로 속삭이는 산길을 거니는 동안에도
그대라는 이름은
시도 때도 없이
마주치는 풍경마다 흔들어 댑니다
지난 시간
그대와 내가 무심코 꺽어버린 나무는
더이상 숲이 되지 못하고
미처 돌보지 못한 현실이 되었지만
그리움의 골짜기마다 불 밝히는
기다림의 습성은
허리 한번 낮추는 법 없습니다
가고 오지 못한 이여
기다림이
만남을 목적으로 한 풍경이 아니라해도
사랑보다 먼저 기다림의 습성을 배운 이력으로
오늘 하루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기다림의 습성 - 이희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