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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있는 풍경

기억의 집..

 

 

2012.  04. 29 

산내면..

 

 

 

 

 

 

그 많은 좌측과 우측을 돌아
나는 약속의 땅에
다다르지 못했다.

 

도처에서 물과 바람이 새는
허공의 방에 누워, "내게 다오,
그 증오의 손길을, 복수의 꽃잎을"
노래하던 그 여자도 오래 전에
재가 되어 부스러져내렸다.

 

그리하여, 이것은 무엇인가.
내 운명인가, 나의 꿈인가,
운명이란 스스로 꾸는 꿈의 다른 이름인가.

 

기억의 집에는 늘 불안한 바람이 삐걱이고
기억의 집에는 늘 불요불급한
슬픔의 세간들이 넘치고,

 

살아 있음에 내 나날 위에 무엇을 쓸 것인가.
무엇을 더 보태고 무엇을 더 빼야 할 것인가.

 

자세히 보면 고요히 흔들리는 벽,
더 자세히 보면 고요히 갈라지는 벽,
그 속에서 소리 없이 살고 있는 이들의 그림자,
혹은 긴 한숨 소리.

 

무엇을 더 보내고 무엇을 더 빼야 할 것인가.
일찍이 나 그들 중의 하나였으며
지금도 하나이지만,
잠시 눈 감으면 다시 닫히는 벽,
다시 갇히는 사람들,
갇히는 것은 나이지만,
벽의 안쪽도 벽, 벽의 바깥도 벽이지만.

 

내가 바라보는 이 세계
벽이 꾸는 꿈.

 

저무는 어디선가
굶주린 그리운 눈동자들이 피어나도
한평생의 꿈이 먼 별처럼
결빙해가는 창가에서
나는 다시 한번

 

아버지의 나라
그 물빛 흔들리는 강가에 다다르고 싶다.

 

 


기억의 집 - 최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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