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 중 하나로 대설(大雪)과 소한(小寒) 사이에 동지가 있다.
한국에서 동지는‘다음 해가 되는 날(亞歲)’, 또는 ‘작은 설’이라 해서 크게 축하했다.
그리고 이날에는 붉은 팥으로 죽을 끓이고 죽 속에 찹쌀로 새알심을 만들어 넣어 먹었는데,
이는 역귀(疫鬼)를 쫓고 새해의 안녕을 기원하는 풍속이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동짓날이면 연례행사처럼 이곳을 그리워하거나 일부러라도 순례하려고 하는 보물 같은 곳이 있다.
바로 경주 남산이다. 경주 남산은 그야말로 노천불당이라 할 정도로 불교 유적이 많은 곳으로
그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사랑하는 불상이 바로 불곡에 있는 마애여래좌상(사진)이다.
보물 제 198호.
신라시대 7세기 전반에 자연암을 0.9m나 파내어 감실을 만든후 조각한 여래좌상이다.
일명 할매부처 라고 한다.
언젠가 어느 일본인이 이곳이 매우 좋아 달밤에 텐트치고 밤을 지새웠다는 일화를 듣고 처음 알게 된 곳인데,
동짓날 이곳이 특별한 것은 이날 오전 11시 10분에서 40분까지 감실불상 얼굴에 햇살이 비추기 때문이다.
평상시에는 감실 때문에 목 아래에만 햇볕이 드는데,
동짓날에는 태양이 가장 낮게 비추기 때문에 얼굴까지 햇볕이 드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뭐 어떻다는 거냐고 반문할 수 있다.
평상시 이 불상을 보면 세상 모든 근심걱정을 다 가진 것 같이 보인다.
사실은 육계가 있는 소발이지만 흡사 두건을 뒤집어쓰고
어둡고 축축한 감실에서 고개를 떨구고 세상사 모든 번뇌와 싸우고 있는 우리들의 자화상 같다.
그러나 동짓날 정오 무렵에 그것도 날씨 좋고 햇볕 잘 들 때만 얼굴에, 특히 입가에 햇볕이 든다.
이때 입가를 자세히 보면 옅은 미소가 번지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일명 ‘햇살 머금은 미소’는 마치 봄날 볕처럼 따뜻하고 부처의 품만큼이나 그렇게 안온할 수가 없다.
동짓날, 세상의 해가 가장 짧고 어둠이 가장 긴 날 모든 그늘진 마음을 위무라도 하듯
선인들은 이날에 맞춰 햇볕을 초대했나 보다.
이 기막힌 천지 합동공연에 그만 모든 근심걱정이 사라지는 것 같다.
불곡감실불상
외로워 외로워
외로워서 가시가 돋았습니다.
그리워 그리워
그리워서 망부석이 되었습니다.
서러움에 복받쳐
울던 동짓날
햇살 머금은 당신
당신을 기다릴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햇살 머금은 미소
당신을 그리워할 수 있어
고맙습니다.
<웹 발췌>
※ 감실에 햇볕이 드는 시간을 맟추기 위해 몇번의 걸음을 했지만
전신에 빛이드는 시간을 맟추는데는 실패했다.
내년 동지때 다시 도전해 보기로 마음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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