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접사 1 (草. 木. 花)

누리장나무

짐승의 고기에서 나는 기름기 냄새를 누린내라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냄새를 싫어하여 
고기를 요리할 때는 누린내를 줄일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한다. 
누리장나무는 이런 누린내가 난다. 
물론 동물의 누린내처럼 메스껍고 역겨운 것이 아니라 
누린내 비슷한 냄새가 나기는 해도 사람들이 싫어할 정도는 아니다. 
누리장나무가 한창 자라는 봄에서 여름까지는 이 나무 근처에만 가도 금방 누린내를 맡을 수 있다. 
잎을 찢어보면 냄새가 더 강하다. 
북한 이름은 아예 누린내나무이고, 중국 이름은 냄새오동, 일본 이름은 냄새나무다. 
하지만 꽃이 필 때는 향긋한 백합 향을 풍긴다. 
누린내로 너무 각인이 되어 꽃 시절은 잘 챙겨주지 않으니 누리장나무로서는 좀 억울할 만도 하다.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자라지만 
누리장나무를 자주 만날 수 있는 곳은 숲의 가장자리나 
산비탈의 돌이 쌓여 있는 노출지 등 양지바른 곳이다. 
키 3~4미터의 자그마한 나무이며, 타원형의 잎은 손바닥만큼 커지기도 한다. 
옛사람들은 큰 잎을 가진 나무에 흔히 ‘오동’이란 접두어나 접미어를 잘 붙였다. 
마찬가지로 잎이 큰 누리장나무도 냄새오동(臭梧桐)이라 부르기도 했다. 
8~9월에 끝 부분이 다섯 개로 갈라진 동전 크기만 한 꽃이 흰빛 또는 연분홍빛으로 무리지어 핀다. 
수술이 길게 뻗어나온 모습이 독특하여 멀리서도 금방 눈에 띈다.

 

누리장나무는 가을이 되면 냄새 때문에 생긴 불명예를 씻어 버리기라도 하듯 
정말 특별하게 생긴 열매로 우리 눈을 유혹한다. 
열매가 맺힐 때면 붉은 말미잘 모양의 열매받침을 펼치고, 
가운데 1캐럿(지름 6.5밀리미터) 크기의 사파이어 보석이 박힌다. 
열매는 매끄러운 진한 푸른색으로 가을 하늘과 맞서려 한다. 
냄새나무 이미지와는 전혀 딴판이다.

 

'접사 1 (草. 木. 花)'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국나팔꽃  (8) 2023.08.24
미국자리공  (11) 2023.08.23
가시상추  (14) 2023.07.27
쥐방울덩굴  (3) 2023.07.27
닭의덩굴  (9) 2023.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