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詩가 있는 풍경

구부러진 길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구부러진 길 - 이준관




'詩가 있는 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람속을 걷는 법  (0) 2016.10.23
가장 외로운 날엔..  (0) 2016.09.07
후회  (0) 2016.04.22
슬픔 많은 이 세상도..  (0) 2016.03.02
나는 외로웠다..  (0) 2016.01.26